大選타령 할 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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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선 타령이 나오고 있다.이런 딱한 처신은 각 정당이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참패한 민주당은 12월 대통령선거 관련 논란으로 가득하다. 대선을 대비해 헤쳐 모여식 전면 개편을 해야 한다느니, 온통 대선에 맞춰져 있다. 와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그 다급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사분오열된 당을 추스르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고 제2당에 걸맞은 최소한의 자세, 즉 국정에 대한 관심의 흔적조차 눈에 안 띄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완승한 한나라당도 국민우선 정치를 외치지만 몸조심에 보다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국회의 절대 과반수까지 차지한 제1당으론 미흡하다. 승자의 오만을 경계하고 상승세 유지 전략을 수립한다지만, 다수당으로선 국정을 주도하는 게 당면과제다. 그러잖아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선 바람이 휩쓸고, 대통령 아들의 구속으로 청와대와 정부가 기력을 잃는 등 국정 공백과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선이 전부인 양 움직이고 있으니 한심하다. 6개월간 나라살림은 포기해도 좋단 말인가. 5년 전의 IMF사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직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한 식물국회를 버려둔 채 몸보신만 할 때는 아니다.

집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미리 대선 전략을 짜고 전열을 정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당의 소임은 그뿐만이 아니다. 국정이 제대로 돼가는지, 민의를 어떻게 수렴하고 이를 위한 입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널려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왜 승리했고,참패했는가를 진지하게 돌이켜봐야 한다. 권력형 비리가 만연하고,국정을 소홀히 한 데 대한 국민적 심판이 6·13의 결과를 가져왔다. 양당은 국회의장 자리나 놓고 다툴 게 아니라 서둘러 원 구성을 하고 산적한 법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국정을 얼마나 잘 챙기고 주도하느냐, 이것이 바로 각 당의 대선 전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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