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피난처 일본에도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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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에도 조세피난처(tax-haven)가 올 가을에 처음 등장하게 된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6월 8일자)에서 보도했다.

조세피난처란 기업들에 세금을 낮게 매기는 특정 국가나 도시를 일컫는 말로,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국가들이 유명하다.

일본에 선보일 이 도시는 태평양의 미군 주둔지로 유명한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로,이곳에서는 기업들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통상 40%인 법인세를 26%로 낮춰줄 방침이다.이같은 '1국가 2조세 제도'는 일본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나고시에 이런 파격적인 세제를 도입하기 위해 기시모토 다테오(岸本建男)시장은 지난 2년간 발벗고 나섰다.

침체를 거듭하는 이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철저히 벤치마킹했다. 1987년 법인세를 대폭 깎아주는 방법으로 약 1천개의 외국 은행과 증권사를 유치한 더블린의 신화를 오키나와에 재현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기시모토 시장은 기업들의 조세포탈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회와 재무성을 상대로 집요한 설득작업을 벌여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10년이라는 시한이 있지만 앞으로 나고시에서 낮은 법인세 혜택을 보려면 금융 및 정보기술(IT)업체 가운데 본사를 이곳에 두고 직원은 20명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

나고시는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몰려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건비가 싼 이곳엔 이미 미국의 시티은행·IBM과 일본의 노무라증권의 콜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나고시는 이전에도 외국기업 유치에 노력해왔다. 지난해엔 3년간 점포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홍콩의 유나이티드월드 증권사를 끌어왔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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