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체력이 승리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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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축구를 한 것이 자랑스런 날이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처절히 무너지며 세계의 벽을 실감했던 한국축구가 이제야 48년 만에 16강에 들어가는 쾌거의 기쁨을 맛봤다.

16강 목표 성공에 가장 큰 동인은 1차전 폴란드 경기 승리였고, 두번째는 세 경기를 쉴새없이 뛰며 상대를 압박한 체력이었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이 힘을 보탠 결과였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한국의 강한 체력은 포르투갈을 깨는 무기였고 약이었다.

전·후반 90분간 상대를 압도한 기동력과 스피드, 그리고 몸싸움과 나무랄데 없는 강철 체력은 포르투갈의 기술과 조직을 허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히딩크의 절묘한 전술적 준비도 빛을 발했다.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와 평가전을 통해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그림자 수비를 피구에게 적용해 큰 성공을 일궈냈다.

송종국에게 피구를 묶게 하는 족쇄 역할을 맡겨 피구를 무력화시킴은 물론 파울레타의 활동영역을 절반 이하로 떨구는 시너지 효과까지 끌어내 승리를 일찌감치 예감케 했다.

또 상대의 스리 포워드 공격 전술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가동한 포백 시스템도 완벽했다.

히딩크의 전술적 성공은 전반 초반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밑거름이 됐다.

부상으로 두경기에 출전치 못했던 이영표가 경기감각을 잃지 않았을까하는 걱정과 부상했던 박지성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이들의 플레이가 살아난 것은 초반 경기 흐름을 주도한 결과로 이어졌다.

1-0으로 이긴 결과가 아쉬울 정도로 후반전 중반 이후는 완벽한 한국 분위기였다.

포르투갈의 패배 원인은 세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는 올리베이라 감독의 작전과 전술 운용, 선수교체의 실패였다.

둘째는 전반 26분 주앙핀투의 퇴장으로 생긴 전력의 손실이었다. 셋째 미국과 폴란드전 경기 결과를 전해들은 포르투갈 선수들의 비기기 위한 소극적 경기 운영이었다.

올리베이라 감독이 후반 중반 이후 득점력이 있는 파울레타를 교체한 점과 0-1로 뒤진 후 공격에 전술적 무게를 둔 한국에 대패까지 할 수 있었던 빌미를 줬던 것은 명장답지 않은 상황판단 미스였다.

반면 히딩크는 폴란드가 미국을 이기고 있음에도 경기에 고삐를 놓지 않고 강한 집중력을 선수들에게 주입하며 포르투갈을 몰아세운 것은 역시 '싸움꾼'다운 승장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케 했다.

이제 16강 진출은 한구 축구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분명히 될 것이다.

이 계기를 살려 이탈리아와 맞서더라도 전혀 꿀리지 않는 경기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홈그라운드의 무한한 이점과 완벽한 체력, 포르투갈까지 꺾은 자신감이 어우러져 상상하지 못할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 기쁨이 국운 상승의 기회로 승화될 것을 믿는다.

<중앙일보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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