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월드컵…" 허탈한 샘프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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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황제여, 그대는 월드컵을 보았는가?"

메이저 대회 사상 13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테니스 황제' 피트 샘프러스(미국)도 월드컵 열기에는 두손을 들었다.

샘프러스는 지난 11일 독일 뮌헨 근처 할레에서 열리는 게리웨버 오픈(총상금 76만달러) 남자단식 1회전을 치르기 위해 코트에서 몸을 풀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샘프러스의 경기 시간인 오후 1시30분(현지시간)은 독일팀의 월드컵 E조 마지막 경기인 카메룬전이 벌어지던 때였다. 이에 따라 주최측은 열성적인 독일 축구팬을 위해 테니스 황제에게 플레이 시간을 두시간 늦춰줄 것을 정중히 요구했고, 그는 자비를 베풀었다. 이날 중계된 독일-카메룬전은 독일의 월드컵 사상 최고 시청률인 77.7%를 기록해 약 1천5백여만명이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성은(聖恩)을 입은 독일 백성들은 2-0으로 승리하자 흥분에 도취된 나머지 '테니스 황제의 땅'으로 돌아가는 대신 맥주집으로 직행했다. 결국 샘프러스는 텅빈 관중석을 무대로 러시아의 안드레이 스톨리아로프를 누르고 첫 승을 따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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