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이어 '후아유'까지 2만명 시사회= 흥행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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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지난해 무명 밴드의 애환을 그린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흥행에 참패하자 극장 1개관을 한달간 임대해 장기 상영을 했던 명필름.

당시 완성도에 비해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받았던 홀대를 아쉬워하는 관객들은 이를 '와·라·나·고'다시 보기 운동으로 이어가기도 했다. 이는 블록 버스터가 싹쓸이하는 한국 배급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었다.

경우는 다르지만 명필름은 요즘 '후아유'(감독 최호)를 놓고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명필름의 자회사 격인 디엔딩닷컴이 제작한 조승우·이나영 주연의 이 영화는 지난달 개봉한 뒤 약 3주 동안 전국 15만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후아유'가 상영된 극장은 CGV·서울·메가박스 등 3개뿐이다.

평단의 반응은 "올해 상반기에 제작된 영화 중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며 호의적이었지만, 어쨌든 성적이 이쯤 되면 슬그머니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도 명필름은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장기 상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후아유의 종영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거세기 때문이다. '아바타 채팅'을 통한 n세대의 사랑을 그린 내용 덕분인지 이 영화에 '꽂힌'10~20대들이 편들어주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특히 입소문이 번지기도 전에 구경할 기회를 놓친 지방 관객들이 열성이다.

명필름 관계자는 "월드컵 때문에 영화 수요가 급감한 데다 이마저 고만고만한 경쟁작들이 나눠먹다보니 성적이 더 저조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후아유'는 개봉 전 '2만명 시사회'를 열었던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흥행을 기대했다는 얘기일텐데, 결과적으로는 제작사의 '자만'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아쉬워하는 관객들이 지지를 보낸다는 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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