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미 경기 시청률 59%에 그쳐 집 바깥 TV 시청은 집계 제외… 낮에 열린 것도 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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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0일 월드컵 축구 경기 한국 대 미국전. 한국이 1차전인 폴란드전의 승리로 한껏 고무된 상황에서 4천만 온국민의 시선은 일제히 미국전에 쏠렸다.

그러나 시청률은 예상과는 달리 폴란드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폴란드전에서 방송 3사 시청률이 74.1%(닐슨 미디어리서치 조사)였던 반면 이번 미국전은 59.6%였던 것. 보도된 바와 다르게 축구 열기가 한풀 꺾였던 것일까. 해답은 시청률 조사 방법에 있다.

시청률은 각 가정의 TV에 설치된 피플 미터라는 기록계를 토대로 집계되는 수치다. 직장에 있는 TV나 대형 멀티비전은 시청률 집계에서 제외되는, 엄격히 말하자면 '가구 시청률'인 셈이다. 예컨대 시청률 전문조사 기관 중 하나인 닐슨 미디어 리서치의 경우 전국 1천5백여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다.

이번 미국전의 시청률이 현저히 낮았던 까닭은 경기가 낮에 열렸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일반적으로 낮 시간대보다 사람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밤 시간대에 더 높게 나온다. 폴란드전은 경기 시간대가 밤 8시 30분 이후의 프라임 타임대였던 만큼 시청률은 당연히 높게 나왔다.

반면 미국전은 낮 시간(오후 3시 30분)에 열려 시청률 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집 밖에서 축구 중계를 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전의 시청률 조사 결과 눈에 띄는 것은 여자 30~40대의 시청률이 각각 42.9%, 41.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주부나 어린이·노약자 등이 주로 TV를 시청하고 젊은층과 남자들은 집 밖에서 축구 중계를 본 것으로 분석되는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전 시청률이 낮 시간대 치고는 경이적인 기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기 전 4주간 같은 시간대 평균 시청률은 4~5% 수준이었다. 한편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10일 포루투칼-폴란드전도 시청률 48.5%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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