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러운 폭탄'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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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제한된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 있는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이용한 테러 공포로 미국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이 11일 "'더러운 폭탄'을 이용한 테러를 모의한 알 카에다 조직원 압둘라 알 무하지르(사진)를 체포했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첩보수준에 머물던 '더러운 폭탄' 테러 가능성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1일 "핵·생물무기 제조기술이 확산되면서 테러리스트들은 재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며 또다시 테러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인들은 '더러운 폭탄'테러 모의를 톱뉴스로 전하고 있는 CNN·폭스 뉴스 등의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용의자를 미리 체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 내리지만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이 또 다시 공격목표였다는 점 때문에 충격을 받고 있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9·11 테러 이후 초조해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시 방사능 테러 공포로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40대 남성은 "더러운 폭탄이 터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언론들은 "더러운 폭탄의 문제점은 적절한 대비책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CNN은 "알 카에다가 더러운 폭탄 제조기술을 알고 있다는 점을 당국이 확인하고 있다"며 "이 폭탄이 터질 경우 야기되는 무질서·혼란·공포심이 피해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물리학협회도 "이 폭탄은 실제 피해보다 '방사능 테러'라는 막연한 공포심 때문에 사회 전체를 통제 불능 상태로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알 카에다 조직이 파키스탄이나 소련에서 방사능 물질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더러운 폭탄 테러가 어렵지 않은 일임을 상기시켰다.

유엔 원자력 에너지국도 "소련 붕괴 후 발생한 핵물질 밀매사건이 1백75건"이라고 집계했다.

9·11 테러 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 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국방정보센터(CDI) 등도 "그동안 지적했던 위험성이 사실로 입증됐다"며 후속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미국민을 계속 긴장시키려는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아랍인 차별금지 위원회의 후세인 아비시 국장은 "모의를 한 혐의자가 잡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랍인 전체를 테러범으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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