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주근깨 등 색소성 질환자 "햇볕이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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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여름철 따가운 태양을 피해 다녀야 할 사람들이 있다. 기미·주근깨·검버섯 등 색소성 질환자들이 그들. 자외선이 피부의 멜라닌 색소 세포를 활성화시켜 색깔을 짙게 하기 때문이다. 여름철 피부관리 대책을 아주대병원 피부과 강원영 교수와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에게 들어본다.

◇옥에 티, 왜 생기나=색소성 질환은 피부를 검게 착색시키는 멜라닌 색소세포와 직·간접으로 관계가 있다. 여성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기미는 햇빛과 여성호르몬·유전적 소인의 합작품. 가족 중 기미 경력자가 있는 사람이 자외선을 쪼이거나 임신 또는 피임약으로 여성 호르몬에 변화가 오면 색소 세포가 많이 증가한다는 것. 기미가 있는 여성은 피부 표피층에 존재하는 색소 공장이 정상인보다 3~4배 많다.

기미에는 세가지 형태가 있다. 색소공장에서 만든 멜라닌 색소가 피부 겉으로 올라온 표피형, 피부 깊숙이 내려간 진피형, 두가지가 섞인 혼합형이 그것. 기미환자 중 표피형이 90%, 진피형과 혼합형이 10%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색깔로 보면 표피형은 옅은 갈색, 진피형은 암갈색을 띠는 것이 특징.

이에 비해 검버섯이나 주근깨·밀크커피색 반점은 일종의 혹(종양)으로 분류한다. 햇빛을 쪼이면 색깔이 짙어지긴 하지만 자외선이 색소공장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는 것.

검버섯은 편평형과 비후형으로 구분한다. 비후형이 피부 밖으로 도드라져 나온 반면 편평형은 피부만을 착색시켜 기미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다.

오타모반과 구분해야 하는 기미도 있다.양측성 모반은 작은 갈색점이 볼을 중심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는 모양이 오타모반과 같다. 하지만 오타모반이 선천적으로 어릴 때부터 생기는 것에 비해 양측성 모반은 20대 이후, 또 양볼에 대칭적으로 생기는 것이 다르다.

◇치료 쉬워졌다=최근 강원영 교수가 국내 기미환자 56명의 피부조직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기미는 색소세포가 주로 표피층에 분포함으로써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정상적인 피부보다 기미가 있는 피부의 표피층에 색소세포가 25% 많았다는 것.

강교수는 "색소질환을 치료하는 Q스위치 레이저나 야그 레이저 등이 피부 깊숙한 진피 내 색소 또는 멜라닌 색소세포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표피층 기미 치료에 한계를 느껴왔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러한 표피층 기미는 레이저보다 미백 치료제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미백크림은 피부에 침투해 표백효과와 함께 색소공장의 활동을 억제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미백 치료제는 화장품에 사용하는 원료보다 강도가 10배 이상 높다. 예컨대 화장품에선 레티놀로 불리는 비타민A를 사용하지만 병원에선 비타민A 유도체인 레티노익산을 쓴다. 의사들이 흔히 처방하는 하이드로퀴논은 부작용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화장품에는 들어 있지 않은 물질이다.

최근에는 비타민C를 이온화시켜 피부 깊숙이 집어넣는 바이탈이온트 기미 요법이 소개되고 있다(사진). 임이석 원장은 "화학물질로 피부를 얇게 벗겨내는 스케일링과 비타민C를 침투시키는 방법을 병행함으로써 잔주름과 기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검버섯이나 주근깨·밀크커피색 반점 등은 Q스위치 레이저의 등장으로 치료가 매우 쉬워졌다. 레이저가 진피 깊숙이 있는 갈색과 색소세포를 찾아 파괴시키는 것.

오타모반이나 후천성 양측성 모반도 색소 레이저를 사용할 경우 피부손상 없이 없앨 수 있다. 레이저 치료는 밀크커피색 반점·주근깨의 경우 3개월 간격으로 1~2회, 오타 반점은 3~5회 시행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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