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겨라" 관중들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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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아마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터키와 코스타리카 경기에 무려 4만여명에 달하는 터키 응원단(?)이 운집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전 양국 선수명단이 소개될 때부터 터키응원이 시작됐다.

터키선수들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경기장엔 떠나갈 듯한 함성이 메아리쳤다.경기 중에도 터키의 공격이 시작되면 꽹과리와 장구 소리로 귀가 찢어질 듯했다.

터키 이스탄불 경기장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이날 터키 응원단은 대부분이 한국사람이었음은 물론이다.

터키가 6·25 때 한국을 도운 혈맹이라는 점 때문에 인천지역 참전전우회가 중심이 돼 인천지역 터키 서포터스들과 함께 이날 터키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경기장을 찾은 전병걸(75)씨는 "터키는 6·25 당시 참전해 7백여명의 사상자를 내며 한국을 도운 우방"이라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16강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터키 응원은 지난 3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터키-브라질전 때 한국인 주심이 다소 오해를 살 만한 판정을 한데 대한 미안함도 작용한 듯했다.

터키가 브라질에 1-2로 패한 직후 터키에서는 한국인 주심의 편파판정 때문에 졌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한국인 한 사람(주심)이 한국전쟁 때 도와준 터키 국민 7천만명을 울렸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가족들과 경기를 보러온 김정재(32·경기도 의정부시)씨는 "판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월드컵이라는 잔치에 온 손님들이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로 터키 응원에 나서는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터키가 후반 종료 5분여를 남기고 동점골을 허용한 뒤부터는 아예 관중들이 일어서서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인천=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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