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육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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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미국 대통령상을 받은 재미 한인 학생들의 자전적 교육 에세이집 『완벽한 학생들』은 자녀의 조기유학에 관심 많은 요즘 부모들에겐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미셸 전(하버드대 사회학과)·찰스 장(하버드대 언어학과)·애런 리(하버드 의대)·캐런 김(클리블랜드 음대) 등 저자 네 명은 맹모삼천지교형의 한인 가정의 자녀들.

미셸 전의 부모는 교육문제 때문에 이민간 대표적인 경우다. 미국에서도 좀더 교육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 한동안 아버지는 서부에서 일하고 어머니만 두 딸을 데리고 동부의 방 두칸짜리 아파트에서 생활했을 정도다. 결국 반듯하게 자라 명문대에 척척 붙은 이 아이들이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책을 엮은 이들이 의도한 바는 그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으려는 것이 아니다. 초등교육에서부터 창의성과 다양성·책임감을 중시하는 미국 교육의 강점을 구체적인 경험담을 통해 보여주고, 또 그런 시스템 속에서 성적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식 면에서도 우등생으로 자란 아이들을 하나의 '역할모델'로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대목을 보면 제목에 담긴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른바 (미국의) 명문 대학은 다양하고 활기 넘치는 학교의 분위기를 만들어줄 '완벽한' 학생들을 선택한다. 배움에 대한 열정, 지식을 공유하려는 태도, 세계에 대한 이해, 진취성과 성숙한 자세, 정열적이면서도 온정적인 학생들을 원한다."(48쪽)

따라서 내신성적이나 SAT성적을 높게 받은 노하우 같은 것보다는 강간희생자 상담센터나 음악치료 봉사프로그램 등 저자들의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소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이 그 활동을 통해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고 삶의 목표를 재정립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러한 전인교육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저자들이 대통령상에 도전할 때 냈던 에세이나 이력서 등은 미국 명문대 입학의 기준요건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물론 미국 교육은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엮은이는 그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한국의 학교와 교사,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

부록에선 미국교육 시스템, 특히 영재교육프로그램과 그 교육 철학에 대해 더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미국의 대통령상은 매년 1백40명이 선발된다. 내신과 SAT성적이 기본적으로 좋아야 하지만, 레이건 시대를 거치면서 리더십과 사회봉사가 강조돼 학생들의 에세이와 사회봉사기록이 주요 검토대상이 된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에세이를 써주고 사회봉사기록을 만들어주는 전문학원이 생기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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