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정보 엉망" 女요원이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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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미 연방수사국(FBI)이 컴퓨터 몇번 두드려서 범인을 찾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실제 FBI의 컴퓨터는 앤드(and)명령도 인식못한다. 예컨대 항공학교(aviation school)처럼 두단어 이상으로 이뤄진 말은 '항공'과 '학교'를 각각 입력해야 한다. 이래서 무슨 원하는 정보가 나오겠는가."

6일 미 상원 법사위에서는 방송국들의 생중계 속에 FBI 미니애폴리스 지부의 여성요원 콜린 로울리(47·사진)가 FBI의 문제점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했다. 그녀는 지난해 9·11 테러 이전, 한 항공학교의 아랍계 학생이었던 자카리아스 무사위를 체포했던 당사자다. 그녀는 당시 테러 낌새를 채고 본부에 확대수사를 요청했으나 무시당했으며, 9·11 이후 이같은 사실을 FBI 뮬러 국장에게 직접 폭로해 경종을 울렸다.

그녀는 이날 세 시간여의 증언을 통해 FBI의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불공정한 인사정책, 부실한 정보시스템을 낱낱이 고발했다. 컴퓨터 시스템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 내 중학생들이 쓰는 컴퓨터 수준보다 못하다"고 꼬집었다. 변호사로 네 자녀의 어머니인 로울리는 "21년째 재직 중인 FBI에 대한 우려와 내 자녀 및 다른 이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직의 약점을 폭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용기있는 내부 고발에 대해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애국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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