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셔널 트레져'…독립전쟁 때 보물 사냥 '액션 종합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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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내셔널 트레져'는 임무완수형 액션 영화의 종합판이다. 문제 해결사가 동.서에 번쩍번쩍하는 것은 '007'을 꼭 닮았고, 고고학과 보물로 신비감을 주는 면에서는 영락없이 '인디애나 존스'다. 주인공의 절도 솜씨는 '미션 임파서블'에, 악당들의 비열함은 '다이 하드'에 맞먹는 수준이다.

임무가 완수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계속되는 긴박감과 위기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놀라운 기지가 이런 영화들의 생명. 그런 점에서 '내셔널…'은 성공한 편이지만 앞서 언급한 '선배' 영화들을 누를 뭔가 새로운 것이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영화는 '인디애나 존스'처럼 시작한다. 5대째 지하에 숨겨진 보물을 쫓아다닌 가문에서 태어난 벤저민 게이츠. 할아버지로부터 중세'템플러 기사단'의 엄청난 유물이 어디엔가 묻혀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물 사냥에 나선다. 그가 고고학적 지식으로 무장된 예리한 감각으로 알아낸 최고의 단서는 미국 독립선언서 뒷면에 비밀의 열쇠가 있다는 것. 게이츠 역을 맡은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는 자신의 상징 비슷한 심각한 표정으로 영화를 진지하게 몰아간다.

그리고 줄거리는 악당 이언(숀 빈)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다이 하드 3'의 악당 두목(제레미 아이언스)처럼 지능적이면서 교활한 이언이 미국 독립선언문 뒷면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박물관에 보관 중인 이 문서를 훔치기로 마음먹자 게이츠는 '007'처럼 차려입고 파티장으로 잠입해 '미션 임파서블'처럼 치밀한 계획에 따라 먼저 선언문을 손에 넣는다. 이런 영화에 빠질 수 없는 '본드 걸', 즉 늘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미녀 역은 '트로이'에서 매력을 드러냈던 독일 출신 여배우 다이앤 크루거가 맡았다.

비밀 결사대가 문서나 유물에 남겨놓은 비밀의 열쇠를 추적하는 이 영화는 소설 '다빈치 코드'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마리의 연결이 이 베스트셀러만큼 정교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관객들이 좀처럼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을 박진감 넘치는 영화다. 3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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