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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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주인공 한 사람뿐. 아무리 도움을 청해도 주위에서는 '거짓말쟁이'라며 무시한다.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결국 해결책은 주인공이 온 몸을 던져 살인자와 맞서는 것 말고는 없다. '글래스 하우스'는 이러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공식 중 하나를 철저히 따랐지만 의도했던 만큼의 긴박감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영화다.

루비(릴리 소비에스키)와 레트(트레버 모건)남매는 부모가 음주 운전으로 목숨을 잃은 뒤 후견인인 글래스 부부(스텔란 스카스가드·다이안 레인)에게 맡겨진다. 남매에게는 4백만달러의 유산이 신탁돼 있다. 말리부 해변에 우뚝 선 근사한 유리집으로 이사한 이들에게 경제적 위기에 처한 글래스 부부의 음모가 하나씩 실행된다.

루비는 이들이 자신의 부모를 고의적으로 죽였다는 확신을 갖고 유리집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느슨한 인상이다. 공포심을 자아내는 데 '내부의 적'이 최고라는 사실은 맞다. '당신이 믿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이 영화의 홍보 문구를 봐도 감독의 의도는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믿는 사람'에 대한 공포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믿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간과한 탓에 글래스 부부의 계략은 단지 궁지에 몰린 악인의 '뜬금없는' 행패에 가까워 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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