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발매 이틀만에 빌보드 정상-'활화산' 에미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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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2000 년대 최고 인기 팝스타 래퍼 에미넴(사진)이 새 앨범 '디 에미넴 쇼(The Eminem Show)'를 들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1999년 첫 정규 앨범 '더 슬림 셰이디 LP'로 데뷔해 이듬해의 '더 마셜 매더스 LP'로 확고한 스타덤에 오른 뒤 2년 만에 새롭게 발표한 세번째 정규 앨범이다.

◇다시 부는 에미넴 돌풍=올해 스물여덟살의 백인 에미넴은 그동안 나온다 안나온다 말도 많던 새 앨범을 통해 '2000년대의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화려한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디 에미넴 쇼'는 발매 이틀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괴력를 과시했다. 이 앨범은 원래 4일 미국과 한국 등 전세계에서 동시에 발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음반사측의 온갖 보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원이 인터넷에서 유포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지난 달 28일 앞당겨 판매에 들어갔는데 곧바로 빌보드 앨범 차트에 1위로 곧바로 등장한 것이다.

보통 인기 가수들의 앨범들도 1주일 동안의 판매량을 합쳐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는 것과 비교해보면 하루 남짓한 판매량만으로 1위를 차지한 에미넴의 인기가 얼마나 막강한가를 알 수 있다.

팝계의 관심은 완성도와 대중성 양면에서 지난 앨범들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번 앨범이 음반 시장을 얼마나 뒤흔들지 모아지고 있다. 에미넴의 지난 앨범 '더 마셜 매더스 LP'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1천7백만장이 넘게 팔렸다.

'디 에미넴 쇼'는 한국에서는 4일 발매됐다. 에미넴 2집은 한국에서 15만장 정도 팔렸는데 팝 음반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한국에서는 음반사가 가수에게 주는 일종의 상패인 플래티넘 디스크의 기준이 미국의 1백만장과 달리 6만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에미넴의 국내 인기는 단연 정상급이다.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 음반 시장에서 에미넴의 새 앨범이 얼마나 선전할지도 관심이다. 또 올해 첫 한국 공연의 성사 여부를 놓고 많은 팝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끊이지 않는 뉴스 메이커=정규 앨범은 2년 만에 발표했지만 그 동안에도 그에 관한 뉴스는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음악적으로 가장 큰 일은 지난해 음반사 세이디 레코드를 설립해 제작자 겸 프로듀서로서 6인조 신인 힙합 그룹 D12의 데뷔 앨범 '데블스 나이트'를 세상에 내놓은 일이었다.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는 빅히트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프로듀서로서 에미넴의 역량을 십분 보여줬다.

에미넴은 또 불법 무기 소지죄로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는가 하면, 부인 킴과는 결국 이혼했다. 2년 전부터 별거했던 두 사람은 여섯살 난 딸의 양육권을 둘러싸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혼 수속을 미뤄왔으나 법원이 딸의 양육비로 킴에게 주당 1천달러 혹은 1년에 5만2천달러를 지불하라고 에미넴에게 명령함으로써 지난 해 10월 이혼했다. 99년 킴과 결혼한 에미넴은 그의 두번째 앨범에 실은 '킴'이라는 노래에서 부부간의 극단적인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 화제가 됐었다.

◇새 앨범 직접 프로듀싱='디 에미넴 쇼'는 그의 스승 닥터 드레가 대부분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이전 앨범들과 달리 닥터 드레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을 뿐 에미넴 자신이 대부분의 곡을 프로듀싱했다.

모두 스무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새 앨범에서 에미넴은 탁월한 음악적 감각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커튼스 업'으로 시작해 '커튼스 클로즈'로 끝나는 이 앨범은 전체가 한편의 쇼 혹은 소설을 보여주듯 드라마틱하게 구성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에미넴 음악의 최대 특징이자 장점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영화같이 생생하고 분명한 발음의 랩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데 있는데 이번 앨범 역시 그런 특색이 어김없이 구현되고 있다.

첫 싱글은 '위드아웃 미'. 간단하고 쉬운 멜로디와 리듬을 바닥에 깔고 예의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가사를 그 위에 굴리고 있다. 이번에는 하드코어 밴드인 림프 비즈킷 등이 '씹기'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음악성과 대중성의 결합에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는 에미넴의 프로듀싱 실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이외에 그가 처음 주연을 맡아 올 겨울 개봉할 예정인 영화 '8마일'에 삽입될 '클리닝 아웃 마이 클로셋', 에어로스미스의 곡 '드림 온'을 샘플링한 '싱 포 더 모멘트', 친딸의 목소리가 들어간 '마이 데디스 곤 크레이지', 닥터 드레가 함께 부른 '세이 왓 유 세이' 등이 특히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앨범은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각별히 신경썼다. 전곡의 가사가 앨범 속지에 모두 들어갔으며 초도 한정 물량에는 에미넴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DVD도 들어간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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