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실가스 위험성'첫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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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워싱턴=김진 특파원]미국 환경보호청은 3일 "인간활동의 결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할 것"이라며 자동차·정유·발전소 등 산업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 피해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그동안 "산업활동으로 배출되는 가스가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단정할 과학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주장해 왔다.

환경보호청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인간활동의 결과 오는 202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3% 증가할 것"이라며 "그 영향으로 미 본토의 평균기온이 금세기 중 섭씨 2.8~5도 가량 오르고 수면이 48㎝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또 "로키산맥의 초원과 해안지방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 등이 사라질 수 있으며, 태평양 연안 서북부 및 알래스카에선 가뭄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국가별로 온실가스를 엄격히 규제할 경우 경제성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발적 규제로도 교토협약의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달성할 수 있다"며 협약 거부방침을 재확인했다.

미 전국야생생물연맹 등 환경단체들은 "부시 행정부가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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