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갈지 모르는데 수개월 전부터 티켓 실명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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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입장권에 관한 모든 결정권은 판매대행사인 바이롬사가 갖고 있다. 그동안 판매방식에서부터 교부 시기·좌석 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이롬사가 결정해 왔다.지난해부터 바이롬사는 한·일 월드컵조직위원회와 불협화음을 내왔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오랫동안 문제가 됐던 입장권 실명제도 대회 개막이 임박해서야 사실상 폐지되는 등 바이롬사의 미숙한 운영으로 인한 피해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바이롬사와 조직위의 갈등

입장권 판매 초기부터 바이롬사와 월드컵조직위원회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바이롬사는 조직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고 국내 판매 실적 부진에 대해서도 심하게 질책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공식회의 석상에서 한국의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판매가 부진하다는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쪽은 바이롬사였다. 해외에서 한국 조직위의 판매량에 훨씬 못미치는 티켓을 판매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실명제 갈팡질팡

입장권 판매 때부터 논란이 일었던 대목은 입장권을 구입한 당사자만이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규정이었다. 이 때문에 판매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 기업체가 대량 구입한 입장권을 바이어나 외국 손님들에게 접대용으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또 개인 구매자들도 타인에게 양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동적인 경기 당일의 상황을 수개월 전에 예측해 구매하기란 쉽지 않았다. FIFA와 바이롬사는 입장권 실명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한·일 양국 조직위의 요청을 계속 무시해오다 개막이 임박해서야 사실상 양도를 인정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준비 안된 통합판매

바이롬사는 지난달 1일부터 양국 조직위가 가지고 있던 50%의 국내 판매분 잔량을 회수해 바이롬사가 가지고 있던 해외판매분과 통합해 독점 판매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바이롬사는 자신들이 판매한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판매할 티켓이 더 있었음에도 매진된 것으로 집계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이로 인해 개막전에 3천5백석의 공석이 발생했다.국내 입장권 수요가 상당했던 일본 측은 해외 판매분도 일부 국내에 배정해주도록 요구했으나 바이롬사 측의 거절로 무산됐다. 그러나 정작 바이롬사는 일본에서 열리는 경기의 해외 판매분을 상당수 팔지 못해 결국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조직위 입장권부 관계자는 "개막전 입장권 잔량을 파악하고 당일 현장 판매를 실시키로 했으나 바이롬사 측에서 남은 티켓이 없다고 밝히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이롬사가 관리한 인터넷 통합 판매 사이트도 수시로 다운되는 바람에 인터넷 구입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인터넷 판매분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입장권 교부 시기 늦어져

당초 바이롬사와의 협의를 거쳐 양국 조직위는 늦어도 5월 초부터는 입장권을 교부한다고 발표했다.그러나 바이롬사 측의 입장권 판매분 파악이 늦어진 데다 입장권 인쇄에 오류가 발생해 세차례나 교부 시기가 연기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입장권 판매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거나 인쇄 잘못으로 교부가 늦어지는 등의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전진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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