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소한의 교통안전수칙만 지켰더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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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천대교 연결도로에서 발생한 고속버스 추락사고는 운전자들의 부주의가 부른 참극이다. 운전자들이 초보적인 교통안전수칙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어이없는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고는 편도 3차로 중 2차로를 달리던 고속버스가 고장으로 멈춰서 있던 마티즈 승용차와 앞서 가던 화물트럭이 부딪치는 순간 이들 차량을 급히 피하려다 발생했다. 승객 24명이 아까운 생명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큰 인명피해가 나고 말았다.

도로에서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 멈출 경우 뒤 차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는 건 운전자의 기본적인 의무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마티즈 승용차 운전자는 비상등만 켜놓은 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도로 한가운데 차를 방치한 셈이다.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아 갓길로 뺄 수 없었다면 후방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해 뒤 차 운전자에게 주의를 환기시켰어야 했다. 도로교통법상 자동차 고장·사고 시 안전삼각대를 주간엔 100m, 야간엔 200m 후방에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를 외면한 운전자의 무신경이 안타까울 뿐이다.

화물트럭과 이를 뒤따르던 사고 버스 운전자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크다. 사고 당시 버스는 시속 102km로 달렸다고 한다.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가 100km라는 점에서 버스 운전자가 속도 위반을 한 데다, 특히 앞 차와의 안전거리(100m)를 확보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국내 고속도로 사고 원인 중 이번 사고와 같은 ‘후속사고’의 비중이 제법 높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고속도로 사고 1226건의 중 졸음운전(336건) 다음으로 많은 148건(12.1%)이 운전자들의 안전수칙 미준수로 인한 후속사고였다. 이런 안전수칙 불감증을 고치지 않고선 교통사고로 인한 재앙을 막을 수 없다. 안전삼각대 미소지(2만원)·미설치(4만~5만원)에 대한 범칙금 강화 등 경찰 후속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내 차 트렁크에 안전삼각대를 비치하는 등 사소한 교통안전수칙부터 지키겠다는 운전자의 자각(自覺)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