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아시아 기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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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외국인들은 과연 언제나 돌아올 것인가. 달러약세는 외국인 복귀를 가로막는 악재인가.

달러 약세(원화와 엔화는 강세)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크지만, 완만하게만 진행된다면 외국인들을 다시 불러모을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과거 주가흐름을 봐도 주가와 환율은 이렇다 할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프 참조>

◇달러 약세로 외국자본 아시아 유입 조짐=일본이나 한국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4월 중순 이후 환차익을 짭짤하게 챙겼다. 이 기간 중 원화가치는 6%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미국시장에서 빠져나와 통화가 강세인 아시아권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디고 미 기업들의 주가가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부담도 투자자금의 미국 이탈을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 근래 아시아권은 역내 무역이 급증하면서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 외국인들은 일본 증시에서 지난 4월 셋째주 이후 5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이 기간 중 외국인은 모두 6천5백억엔(약 6조4천8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한국에 대해선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지만, 근래 매도공세가 많이 약해진 모습이다.

투자은행인 CSFB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와 아시아권 통화의 강세·경기활황 등을 감안할 때 아시아 각국 증시는 1992년 외국인 자금 덕분에 큰 장이 펼쳐졌던 일이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도 "미국경제와 뉴욕증시가 급격히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국제자본은 점차 아시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는 여전히 지난해 10월 이후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주춤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은 다른 나라보다 좀 늦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와 환율 상관관계 약해=메릴린치 증권은 "99년 이후 환율이 단기간에 걸쳐 3~13%가량 등락한 적이 아홉차례 있었지만 주가와는 별 상관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자·통신·은행·자동차·철강주 등 일부 종목은 환율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자동차주는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채산성 악화 우려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곤 했다. 반대로 내수업종인 통신·은행과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강주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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