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등 악재 모두 노출 추가 급락 가능성 작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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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월드컵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지만 증시에는 찬바람이 거세다. 프랑스가 방심하다 세네갈에 일격을 당한 것처럼 투자자들은 종합지수 800선이 무너지자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종합지수 800선은 일부 기관들이 설정해 놓은 손절매 대역이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일단 팔고 보자는 정리성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팀이라도 힘이 쭉 빠진 상황에서 기세등등한 상대팀에 맞서려면 일단 수비에 치중하며 전열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다. 히딩크 감독이 만약 이번주 주식투자 전략을 제시한다면 '수비에 치중하며 기습을 노려라'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투자심리가 급랭하다 보면 모든 주변 상황이 어두워 보이게 마련이다. 뉴욕증시 상황과 외국인 동향, 환율과 반도체 가격, 프로그램 매수 잔고 등 부담스러운 악재들만 떠오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라는 역발상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12일 트리플위칭데이(선물·옵션·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까지는 증시 수급상황이 계속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그런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미리 반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증시의 대세상승에 대한 믿음까지 버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국내 경기관련 지표들을 보면 내수 위주의 회복국면에서 수출 주도의 확장국면으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실적은 2분기에도 호조를 띠고 있다.

경기와 주가의 흐름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볼 때 시간이 문제이지 주가는 상승추세로 복귀할 공산이 크다. 과거 대세상승 때도 주가는 5~6개월 오르면 2~3개월 쉬었다 다시 오르곤 했다.

다행히 지난 주말부터 환율·유가·반도체값·뉴욕주가 등 주요 변수들의 하락세가 완만해지거나 일부 오름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주가의 흐름을 돌려놓을 전방 공격수 역을 과연 누가 맡을 것이냐는 점이다. 국내 기관과 개인들은 너무 지쳐 있다. 역시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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