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엔트리 최종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4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며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후보의 딸 이름이 정연(靜姸), 후보의 장남은 정연(正淵)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대통령은 '정연이 아버지'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렇게 안될 잠복요인이 있고, 그런 것들이 시계(視界)제로의 안개정국을 연출하고 있다.

정계 이면에서 오가는 가상 시나리오의 출발점은 10여일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참패한다면 정계개편이 시동되고, 결집할 제3세력이 '새 후보'를 옹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 후보가 ·후보를 꺾는 게 그 대강이다.

주지하듯 후보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완패하면 재심판받겠다고 누차 공언, 스스로 족쇄를 채운 바 있다. 그런데 선거 전망은 흐리고, 서울·경기에서마저 패배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하지만 후보가 물러날, 즉 낙마할 여지는 거의 없다. 후보 정무특보인 천정배 의원은 "재재신임을 묻더라도 후보는 노무현"이라고 확신한다. 재신임 거론은 반이(反)세력 결집을 통해 노풍(風)을 재점화하는 계기일 따름이라는 식이다.

'태풍의 눈' 지방선거

이대로라면 여전한 · 양자 대결구도를 의미하는데, 여권 핵심에서 내밀히 오가는 시나리오는 그게 아니다. · 및 제3후보가 맞붙는 3자 대결구도다. 외견상으로는 그렇다. 후보측도 '범여권 후보조정'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부심 중이다. 일단은 제3후보가 자기네 표를 잠식해 후보를 도울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여하튼 제3후보를 시사하는 여권 내의 암시는 계속 흘러 나온다. 崔모의원 등 민주당 구주류들은 후보문제와 관련, "최종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핵심 중의 핵심 金모의원의 "6개월은 너무 긴 시간"이라는 말에는 뼈가 들어 있다.

제3후보 과연 나올까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반발하는 후보'와 상관없이 새 후보를 옹립하는 것이다. 새 후보는 영남권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와 정몽준 의원 등이 거명된다. 여기에 JP와 이인제 의원이 가세하는 구도다. 이런 세규합이면 노풍의 역풍도 잠재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치 말만 꺼내도 벌에 쏘인 양 펄쩍 뛴다. 그러나 실무그룹 일각에서는 "만약 가능성이 없다면 무슨 수라도 써야 할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다. 여권 핵심 K씨도 20여개나 되는 후보 공격용 소재의 사용 자제 이유를 이런 구상과 연관시킨다. 결정적 시기를 기다린다는 얘기다.

과연 이같은 제3후보론이 후보 견제용인지, 정말 후보 '대타'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 선출된 후보를 바꾸는 구상까지 거론하는 까닭은 자명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여권의 일치된 목표·강박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전혀 다른 정치의 장이 펼쳐진다.'후보 조정'까지 있을는지는 미지수지만 격변은 충분히 예상된다. 음모와 불확실·비정상이 판치는 곳, 이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