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천재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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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천재'라는 평을 듣는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지난달 29일 방한했다. 대표적인 좌파인 아탈리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김여수)와 아시아유럽재단(ASEF)이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1일 오전 9시30분 힐튼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하는 '월드컵 관련 세계 지성인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자연과학·인문과학·미래학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담은 『21세기 사전』 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여러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오랜 역사와 비극적인 현대사,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서도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는 생명공학서부터 축구, 문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놓았다. 축구를 "수많은 전쟁을 게임으로 전환시키는 일종의 유희"로 규정한 그는 축구가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일부 지식인들의 우려를 부인했다. 대신 그는 "유희만 즐길 뿐 선진국들이 빵을 내놓으려 하지 않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 문명의 위기를 가져온 테러의 근원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폭력에 승리를 거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난을 해결해야 한다. 가난과 폭력은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빈곤과 아울러 정보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설명한 것처럼 "앞으로 인류는 1만여년의 정착생활을 청산하고 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채 세계를 떠도는 유목민이 될 것이며, 이때 정보를 창출하는 하이퍼(Hyper)유목민과 정보를 향유하지 못하는 인프라(Infra)유목민으로 나뉘어 새로운 빈곤을 만들 수도 있다"며 "거꾸로 이 기술이 이런 빈곤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복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복제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며 축구에 비유해 그 결과를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축구에서 관객은 그 결과를 낙관하거나 비관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 앞에서 관객이 아니라 선수다. 따라서 오직 선이 승리하기를 바랄 뿐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도 미국과 유럽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고, 자신이 직접 회장으로 있으면서 세계 가난한 국민을 지원하는 '플레닛 파이낸스'를 예로 들어 NGO와 자선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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