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전 도전권 길목 曺-徐 다시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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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왕위전 본선리그에서 조훈현9단이 조한승5단과 안영길4단을 연파하고 4승1패의 전적으로 단독 1위에 나섰다.3연승 가도를 달리던 신예강호 조한승은 조9단에게 패한 데 이어 목진석6단에게도 져 3승2패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서봉수9단이 3승1패로 선두를 추격하고 있어 오랜만에 도전권을 건 '曺-徐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또 전승자가 모두 사라진 왕위전은 2승2패의 이세돌3단도 도전권의 희망이 되살아나면서 조훈현9단과의 한판승부를 벼르고 있어 왕위전은 자칫하면 종반 대혼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기세가 한풀 꺾인 조훈현9단을 딛고 루키 조한승의 질주가 그대로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23일 벌어진 조훈현9단과 조한승5단의 한판승부는 올해 왕위전의 중대한 길목이었다. 3연승으로 기대를 모아온 조5단은 그러나 '신예 킬러'조훈현의 벽을 넘지 못하고 1백99수 만에 불계패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 후유증인지 조5단은 27일 목진석6단에게도 1백44수 만에 힘없이 무너져 선두에서 순식간에 중간그룹으로 처져버렸다.

조5단이 뒷심부족을 드러낸 것과 달리 조9단은 놀라운 전투력으로 28일 안영길4단에게 불과 1백22수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면서 4승1패, 단독 1위로 치고나갔다.

8명 리그인 왕위전은 이 흐름이라면 36년 역사에서 13번이나 우승한 조9단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도전권을 잡아 타이틀 보유자 이창호9단과 대결하는 국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두명의 난적이 조9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사람은 필생의 라이벌인 서봉수9단, 그리고 또 한사람은 최근 조9단에게 5전5승을 기록 중인 이세돌3단, 이 두사람이 조9단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조훈현9단은 처음엔 이세돌에게 5연승을 거뒀으나 2000년 이후 5연패를 당하고 있다. 새로운 천적관계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봉수9단의 리그 전적은 현재 3승1패다. 그는 조9단에겐 유달리 강해 지난해에도 선두를 달리던 조9단의 발목을 잡았고 그바람에 조9단은 막판 피나는 재대결을 벌여야 했다. 그 비슷한 일이 올해도 벌어질지 모른다. 가장 골치아픈 시나리오는 조9단이 서봉수9단을 꺾은 뒤 이세돌3단에게 지는 것. 이때는 '2패'가 자그만치 5명이 된다. 조한승5단과 윤현석6단까지 되살아나 막판 대혼전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중앙일보사가 주최하고 삼성카드가 후원하는 전통의 왕위전은 다음달 본선이 모두 끝난다. 그중 관심의 표적인 曺-徐 대결은 17일. 본선 마지막 대국이 될 조훈현-이세돌의 대결은 25일 벌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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