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병원 특별회비 내면 '급행 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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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미국 병원만큼 인내심이 요구되는 곳도 없다. 내과나 치과 등은 일주일 전 예약이 기본이고, 갑자기 탈이 나서 찾게 되는 응급실도 '생명에 지장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기실에서 최소한 한두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는 연 1천5백(약 1백88만원)~2만달러(약 2천5백만원)의 회비를 내면 기다릴 필요 없이 각종 검사·치료를 해주는 '특별 부티크 서비스'가 10여개 대도시 병원에서 성행 중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28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클리블랜드시의 한 클리닉에선 특별회원을 상징하는 골프셔츠가 '대기번호 1번'을 의미한다.이 셔츠를 입은 환자는 줄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급행'으로 X선 촬영이나 혈관검사를 받을 수 있다. 보스턴시의 일부 병원은 4천달러를 추가로 내면 언제든지 의사를 접촉할 수 있도록 비상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려준다.

이같은 부티크 중에는 특급호텔 수준의 마사지·사우나 서비스, 주차대행, 외국인 환자용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하지만 반발도 거세다.

일종의 새치기일 뿐 아니라 소수의 특별서비스를 위해 다수의 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버드대 의대의 존 굿선 교수는 "의료 서비스의 엘리트화는 치명적"이라며 "그것은 의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병원협회는 다음달 시카고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플로리다주의 빌 넬슨 상원의원은 의료보험 지정병원에는 특별 부티크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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