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이색대결> 맞수로 만난 오누이 "양보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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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내 선거사상 처음으로 오누이가 구청장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부산 해운대 구청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허옥경(許鈺卿·44·여·전 부산시 정책개발실장·(左))·무소속 허훈(許燻·47·해운대구의회 부의장·(右))후보가 그들이다.

이들의 기막힌 사연은 한나라당이 여성 후보 전략지로 해운대구를 선택, 허옥경 후보를 공천하면서 비롯됐다. 4년간 구의원을 하면서 구청장 출마에 공을 들인 오빠가 이에 반발,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했다.

2남3녀 중 장남과 장녀인 두 사람은 "가시밭길을 걷지 말자"며 서로 설득과 만류를 거듭했지만 타협하지 못했다. 허훈 후보는 자신들의 대결을 남매 간 '싸움'이 아닌 '경쟁'으로 비춰지기를 바라면서도 "우리 풍토에서 여성 구청장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옥경 후보는 "마음은 아프지만 양보하고 말고 할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더욱이 사상 최초의 여성 구청장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를 밝혔다. 남매 대결을 지켜보는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선 '오빠가 너무한다'는 의견과 '동생이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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