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원하는 여성 가운데 자신이 기록한 일년간의 기초체온표를 보여 주며 배란기에 부부관계를 했는데도 임신이 안됐다고 호소하는 예가 간혹 있다. 기초체온과 배란의 관계를 잘못 알고 있어 이런 일이 생긴다.
기초체온은 배란이 된 후에야 고온기로 변한다. 따라서 기초체온으로는 배란 후 한참 뒤에야 배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배란 당일에는 그 사실을 알기 어렵다. 이런 여성은 배란기가 지난 뒤에 부부관계를 한 셈이니 당연히 임신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자는 한달에 한번 마술에 걸린다'는 광고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여성의 생리주기가 한달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임기 여성의 15%만이 28일, 즉 한 달에 한번 생리를 한다. 보통 여성들은 24일에서 35일 사이의 생리주기를 갖고 있으며, 최소한 20%의 여성은 이마저 아주 불규칙하다.
여성의 생리주기는 난포기·배란기·황체기·생리기로 나뉜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주기의 꽃인 배란기다.
생리를 한 후 성장하던 수십개의 난포들은 배란기가 되면 한개만을 제외하곤 모두 조용히 사그라진다. 단 하나의 난포가 끝까지 성장해 배란이 되는 것이다. 황체기는 14일로 누구나 일정하기 때문에 생리주기는 난포기의 기간에 따라 결정된다.
쉽게 말해 생리주기가 28일인 여성은 다음 생리 시작일로부터 14일을 뺀 날이 배란기다. 또 생리주기가 40일인 여성 역시 다음 생리 예정일의 14일 이전이 배란기이므로 이를 뺀 날짜인 생리 시작 후 26일째가 배란기가 된다.
여기에다 정자가 질(膣)내에서 생존하는 72시간을 앞쪽으로 더하고, 난자가 살아 있는 24시간을 뒤쪽으로 더해 5일 정도가 가임기간이 된다. 이렇게 생리주기가 길건 짧건 규칙적이라면 배란기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불규칙하면 예측이 어려워 주기적인 피임이나 임신을 시도하기 어렵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이 임신을 원한다면 산부인과를 찾아 초음파로 배란기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배란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례 강남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