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불규칙 여성 임신 제때 하려면 배란기 검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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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임신을 원하는 여성 가운데 자신이 기록한 일년간의 기초체온표를 보여 주며 배란기에 부부관계를 했는데도 임신이 안됐다고 호소하는 예가 간혹 있다. 기초체온과 배란의 관계를 잘못 알고 있어 이런 일이 생긴다.

기초체온은 배란이 된 후에야 고온기로 변한다. 따라서 기초체온으로는 배란 후 한참 뒤에야 배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배란 당일에는 그 사실을 알기 어렵다. 이런 여성은 배란기가 지난 뒤에 부부관계를 한 셈이니 당연히 임신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자는 한달에 한번 마술에 걸린다'는 광고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여성의 생리주기가 한달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임기 여성의 15%만이 28일, 즉 한 달에 한번 생리를 한다. 보통 여성들은 24일에서 35일 사이의 생리주기를 갖고 있으며, 최소한 20%의 여성은 이마저 아주 불규칙하다.

여성의 생리주기는 난포기·배란기·황체기·생리기로 나뉜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주기의 꽃인 배란기다.

생리를 한 후 성장하던 수십개의 난포들은 배란기가 되면 한개만을 제외하곤 모두 조용히 사그라진다. 단 하나의 난포가 끝까지 성장해 배란이 되는 것이다. 황체기는 14일로 누구나 일정하기 때문에 생리주기는 난포기의 기간에 따라 결정된다.

쉽게 말해 생리주기가 28일인 여성은 다음 생리 시작일로부터 14일을 뺀 날이 배란기다. 또 생리주기가 40일인 여성 역시 다음 생리 예정일의 14일 이전이 배란기이므로 이를 뺀 날짜인 생리 시작 후 26일째가 배란기가 된다.

여기에다 정자가 질(膣)내에서 생존하는 72시간을 앞쪽으로 더하고, 난자가 살아 있는 24시간을 뒤쪽으로 더해 5일 정도가 가임기간이 된다. 이렇게 생리주기가 길건 짧건 규칙적이라면 배란기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불규칙하면 예측이 어려워 주기적인 피임이나 임신을 시도하기 어렵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이 임신을 원한다면 산부인과를 찾아 초음파로 배란기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배란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례 강남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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