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서비스 수수료 폐지 ‘눈 가리고 아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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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금서비스에 붙는 취급수수료를 없애는 신용카드사가 늘고 있다. 대신 이자율이 올라가 실제 소비자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

1일 외환은행은 0.35%씩 떼던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8월 1일부터 없앤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9월 1일 신청분부터 수수료를 폐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9월 중, 삼성카드는 늦어도 9월까지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롯데카드는 폐지 방침을 정하고 시기를 검토 중이다.

카드사들이 취급수수료를 없애는 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금서비스 금리가 너무 높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취급수수료는 2003년 카드대란 때 카드사 손실을 메우려 도입됐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고객에게 이자율과 별도로 일정비율(0.2~0.4%대)의 취급수수료를 받아왔다.

그러다 카드사 경영사정이 나아지자 폐지론이 확산됐다. 이를 반영해 올 초 하나SK카드를 시작으로 SC제일은행·비씨카드·기업은행·신한카드 등 5곳이 잇따라 취급수수료를 폐지했다.

특히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4월부터 취급수수료를 폐지한 게 경쟁사에 자극이 됐다. 상반기에 취급수수료를 0.1~0.2%포인트 내리기만 했던 다른 카드사들이 몇 달 만에 수수료 폐지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드사가 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이자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수료를 이미 없앤 5개 카드사 중 하나SK카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현금서비스 이자율을 인상했다. 외환은행은 기존 연 7.15~26.5%였던 이자율을 8월부터 9.99~28.84%로 조정키로 했다. 이자율에 수수료를 녹인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도 “수수료를 폐지하면서 이자율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론을 받을 때 0.5~3%씩 붙는 취급수수료도 카드사들이 속속 없애고 있다. 신한카드가 지난달 카드론 취급수수료를 폐지한 데 이어 삼성카드와 국민은행은 이달부터 없앴다. 현대카드는 9월부터 현금서비스와 함께 카드론 취급수수료를 없앨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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