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 상가 매매 '작전세력'이 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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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서울 강남에 사는 윤모(43)씨는 지난해 5월 브로커의 권유로 입주를 석달 정도 앞둔 경기도 용인 D아파트 단지 내 상가 15평을 4억원에 샀다. 당시 이 상가는 보증금 1억원, 월 4백만원에 임대계약이 돼 있어 윤씨는 안정적인 월세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매입한 것.

그런데 임차인이 지난해 8월 입주 첫 달부터 임대료를 내지 않아 임대료를 내라고 독촉했지만 되레 '장사가 되지 않으니 월세를 깎아주든지 임대보증금을 환불해 달라'며 배짱을 부렸다.

尹씨는 참다못해 임차인을 바꾸려고 3개월 뒤 현지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렀다가 현재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보증금 5천만원에 월 1백20만원이고 매매가도 2억원밖에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尹씨는 나중에 매도자·임차인·브로커 등의 합작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작전세력'이 설치고 있다. 저금리 등으로 상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틈을 타 매도자가 임차인·브로커 등과 짜고 임대료·매매가격 등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아파트단지 내 상가분양 입찰에서 고가낙찰이 속출하는 것은 일반 투자자의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지만 작전세력들이 장난을 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작전세력들은 새로 입찰에 부쳐지는 아파트단지 내 상가의 경우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상가를 고가에 낙찰해 바로 웃돈을 붙여 되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월 분양한 경기도 용인 L아파트 단지 내 전용면적 9평짜리 상가는 내정가격(응찰할 수 있는 최저 가격)의 2백50%인 5억2천만원에 주인을 찾았고 지난달 5억6천만원에 전매됐다.

오는 8월께 입점하는 이 상가는 보증금 1억원, 월세 5백만원에 제 3자에게 임대하는 것으로 계약돼 있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는 이 아파트보다 장사가 잘되는 인근 아파트단지 내 상가 임대료가 보증금 5천만원에 월 1백5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도자와 임차인이 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컨설팅 백준 사장은 "새 아파트는 입주 6개월 후면 주변에 근린생활시설·할인점 등이 들어서 단지 내 상가 매출이 떨어지는 곳이 많다"며 "이런 상가에 투자할 때는 인근 지역에서 몇 년 이상 영업한 상가의 임대수익을 세심하게 분석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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