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표비리 관료 첫 구속 官界로비 사실로 윗선도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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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홍석(弘錫) 문화관광부 차관보가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의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 관련, 관료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TPI 대표 송재빈씨에게서 1천7백만원을 받은 혐의다. 그가 TPI를 위해 어떻게 뛰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구속은 그동안 제기돼온 TPI의 정·관계 로비가 사실이었음을 보여준 것이어서 주목된다.

검찰의 수사도 물론 차관보 외의 인물을 캐내는 데로 쏠려 있다. 문광부나 체육진흥공단, 그리고 정치권 등이 대상이다. 특히 수만주씩의 TPI 주식을 받은 김홍걸(구속)·최규선(구속)·김희완(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구속)씨 등이 실제 TPI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는 것도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지난해 1월 체육진흥공단 실사단이 'TPI의 기술력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묵살된 채 한달 뒤 TPI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확정된 과정이다. 거기에 TPI의 로비를 받은 인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宋씨에게서 차관보 외에 "체육진흥공단 임원 L·S씨에게 떡값 명목으로 5백만원씩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해둔 상태다. 그러나 체육복표 사업이 당시 황금알을 낳는 초대형 이권으로 여겨졌던 만큼 차관보와 공단 임원선에서 로비가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차관보의 수뢰 액수가 생각보다 작다는 점도 그런 의심을 더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더 굵직한 배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宋씨가 정·관계 로비용으로 운용한 자금이 대략 86억원 정도일 것으로 보고 그의 계좌에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宋씨는 현재 ▶사업자 선정 전인 2000년 5월 회사돈 8억원을 횡령하고▶사업자 선정 후인 지난해 4월 보유한 TPI 주식 20만주를 70억원에 매각했으며▶지난해 9월 회사자금 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 가운데 포스코에 주식을 매각하고 받은 70억원 중 24억원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에게, 5억원이 관계사인 에이팩스기술투자 측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을 뿐 나머지 돈의 사용처는 규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宋씨가 관계회사 등의 명의로 TPI 주식 수십만주를 따로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이 주식이 로비에 쓰였는지도 확인 중이다. 이와 관련해 TPI 주식 5천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 98명을 차례로 소환해 소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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