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전 이어 프랑스전서 또 동점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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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단 두 경기로 '강호 킬러'가 된 사나이.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세계 최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잇따라 동점골을 터뜨린 것은 개인의 영예이자 한국 축구의 자부심을 한껏 끌어올린 쾌거였다.

히딩크호가 출범해 1년이 되도록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은 많은 '젊은 피'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에겐 다른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할 체력과 근성이 있었다.'원석'의 우수한 재질을 확인한 히딩크 감독은 1년간 열심히 다듬어 낸 끝에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었다.

지난 21일 잉글랜드 평가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6분 천금같은 헤딩 동점골을 뽑아냈던 박지성은 프랑스전에서도 0-1로 뒤지던 전반 26분 그림 같은 왼발슛으로 동점을 끌어냈다.

강팀과 경기에서는 첫골을 먹고나선 와르르 무너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첫골을 먹고나서 동점골을 넣는다는 것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연속 두차례나 이뤄낸 것은 나이답지 않게 박지성의 대담성이 돋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히딩크호에서 박지성이 맡았던 자리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체력과 근성에서 뛰어난 그에게 최적의 자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플레이메이커 찾기에 실패한 히딩크 감독은 그를 앞으로 끌어올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자신에게 쏟아진 기대가 부담스러웠던 탓일까. 북중미 골드컵 때까지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뒤로 빼는 대신 오히려 좌측 공격수에 기용하기 시작했다. 히딩크 감독의 모험은 멋지게 맞아떨어졌고 '무쇠 체력'을 자랑하는 그는 전·후방을 쉴 새 없이 오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가 히딩크호에 승선해 맡은 자리는 공격형 미드필더·수비형 미드필더·측면 공격수 등 다양하다. 더구나 이제는 경기 도중에 위치를 바꿔도 능수능란하게 자기 몫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키 1m75㎝에 몸무게 70㎏의 왜소한 체구에 아직도 여드름 자국이 얼굴에 남아 있는 '앳된' 박지성은 잉글랜드전과 프랑스전을 통해 한국을 월드컵 16강에 이끌어갈 확실한 '킬러'로 자리잡았다.

수원=특별취재단

◇26일 전적

프랑스 3:2 한 국

(득)박지성(전26·(助)김남일)설기현(전41·(助)이영표·이상 한국), 트레제게(전16·(助)앙리)뒤가리(후8·(助)조르카에프)르뵈프(후44·(助)빌토르드·이상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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