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용 대표이사'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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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용성(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3일 "과거 대기업을 호령했던 '왕회장 시대'는 갔다"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회장은 이날 능률협회가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조찬간담회에서 '한국기업의 과거·현재·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시장이 대주주의 위상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커졌기 때문에 시장기능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시장기능을 놔두고 사외이사제 등 일부 국가에서 용도폐기한 제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사주가 뒤에서 경영을 간섭하면서 명목상의 사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감옥에 가도록 하는 '구속용 대표이사'로 전락시키는 일도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개혁이 미흡했고 규제개혁 역시 피부로 느낄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도 이 과제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며 기존 경제정책 유지를 주문했다.

박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한 기업이 시작하면 다른 기업이 우르르 쫓아가는 '들쥐떼 습성'이나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데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상황이 좋아져 하키스틱과 같은 수익곡선을 그리겠지 하는 '하키스틱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등의 평소 소신을 거듭 밝혔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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