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우리글답게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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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교과서 내용의 진위도 중요하지만, 정부에 의한 역사 서술에의 개입이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문장에서 ‘정부에 의한 역사 서술에의 개입’ 부분은 자연스럽지 않다. ‘…에 의한 …에의 개입’이 그렇다. 이른바 번역어투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서술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또는 ‘역사 서술에 정부가 개입한 것이’로 바꾸는 것이 낫다.

“영국의 대외정책에 끼친 자코바이트 운동의 영향”은 어느 논문의 제목 중 일부다. 이것도 비슷한 사례다. 앞의 긴 어구가 ‘영향’이란 명사 하나를 꾸며 주고 있다. 이보다는 주어와 술어를 명확히 밝히는 게 이해하기 쉽다. ‘자코바이트 운동이 영국의 대외정책에 끼친 영향’으로 말이다.

“세면기용 배수관은 중앙 배수관에 하부 배수관을 결합함으로써 하부 배수관에 끼는 이물질의 제거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제공된다.” 문장의 뒷부분 ‘이물질의 제거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제공된다’가 부드럽지 못하다. ‘제거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보다 중심이 되는 동사 ‘제거’를 살려 ‘이물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으로 고치고, ‘효과가 제공된다’도 능동태로 바꿔 ‘효과를 제공한다[얻을 수 있다]’로 고치는 게 좋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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