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사회주의… 蘇 닮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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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의 의원 집무실은 교수 연구실 같았다. 책·자료들로 온통 차 있어 앉을 자리가 비좁을 정도였다.

1965년부터 6년간 모스크바대학에 유학하며 법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올해 초에 써낸 책이 도쿄의 대형서점 마루젠(丸善)에서 아직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있다.

책 제목이 섬뜩하다.

'일본이 자멸(自滅)하는 날-관제(官制)경제체제가 국민의 돈을 먹어버리고 있다'다.

-왜 일본이 자멸한다고 보나.

"결론부터 말해 일본 시스템은 사회주의다. 중앙집권·관료 중심의 빚더미 국가 재정을 계획경제·분배경제로 운용하고 있어 시장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재정·정책·법·행정조직 모두가 그런 관제 경제체제를 떠받치고 있다. 지금 일본을 보면 소련의 붕괴 과정과 흡사하다. 시장경제체제 구축 외에 일본이 살 길은 없다."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은.

"잘못됐다. 시장이 죽어 있는데 부실정리에만 신경을 쓰는 꼴이다. 그것도 미국의 압력에 의해. 가장 시급한 개혁은 정부의 경제활동을 당장 그만두는 것이다. 도로공단 등 사실상 정부기업인 특수법인들을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고이즈미 총리는 이름만 바꿔놓은 셈이다. 행정개혁은 하시모토 총리 때부터 이야기돼 왔지만 특수법인의 개혁 없이는 아무 것도 안된다."

-집권당의 잘못인가.

"꼭 자민당이 집권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야당의 수권능력은 더 떨어진다. 내가 속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민은 변화를 원한다는데.

"진정으로 뜨거운 맛을 보지 않으면 못고친다. 일본 열도 전체가 '이권 시스템''중앙집권 시스템'이다. 중앙정부가 배분하는 돈을 나눠 받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시스템 속에서 지금의 정치가들이 선택됐으므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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