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영어' 뎅글리시 늘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독일 기업들이 앞다퉈 광고에 영어를 쓰거나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뎅글리시(Denglish)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21일 베를린발로 보도했다. 손님의 눈길을 더 사로잡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영어가 일상 독일어를 밀어내고 있다. 병원에서 심장검사(Herz-Check)란 용어는 심장이란 뜻의 독일어 Herz와 점검이란 뜻의 영어 Check를 섞어 쓴다. 전화국에서 시내통화는 독일어 'Ortsverbindung' 대신 영어 'City Call'로 표현한다. 그러나 고객 영수증에는 뎅글리시인 'City-Verbindung'이란 합성어를 사용한다.

햄버거 체인점인 버거킹은 '더 맛이 좋기 때문에(Weil's besser schmeckt)'라는 독일어 광고 문구를 영어로 바꿨다. 이 회사는 햄버거를 직접 불 위에서 굽는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현재 '불을 느끼세요(Feel the Fire)'란 문구를 내걸고 있다.

하노버에 위치한 자탈리텐이라는 미디어 회사는 최근 독일 광고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 100개를 선정했다. 1980년대까지 사용한 유일한 영어 단어는 '건강하다' '잘 어울린다'는 뜻인 'fit'였다. 그런데 2004년에는 무려 23개의 영어 단어가 순위에 포함됐다. 특히 '당신의(your)'란 영어는 독일 광고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 상위 다섯째에 올랐고 그 뒤를 '세계(world)' '삶(life)' '사업(business)' 등이 따르고 있다. 신문은 "이는 언어의 세계화 내지 언어의 제국주의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를린 = 유권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