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집의 달인'이 반집으로 졌다 안조영, 이창호에 져 패왕전 막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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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패왕전 결승전에서 이창호9단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안조영7단이 13일의 결승 2국에서 이9단의 '신산(神算)'에 걸려 또다시 반집을 졌다.

1국에 이어 연속 반집을 져 0대2. 안7단도 종반 계산력이 뛰어나 올 들어 조훈현9단·유창혁9단 등에게 네번이나 반집승을 거둔 사람이지만 이창호9단이 숨겨둔 '마지막 한 수' 앞에선 끝내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제2국은 안7단이 필승이라고 확신하며 여유를 보이다 최종 순간에 좌절한 기막힌 한판이었다.

기보를 보자. 바둑은 다 끝났고 반패만 남은 장면. 쌍방 초읽기에 몰렸지만 흑1로 때려낼 때만 해도 안7단은 자신의 반집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우측에도 반패가 있는데 둘 중 하나만 이기면 바둑도 이기기 때문이었다. 백의 이9단은 그러나 왼쪽 패를 먼저 이긴 다음(4=의 곳,6=1의 곳) 흑이 7로 따내자 A로 물러서는 대신 이 패를 끝까지 버텨왔다.

안7단은 아차했으나 때늦은 후회였다. 보통 7로 때리면 네점이 단수로 몰린 백은 A로 잇고 물러서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상식이다. 그러나 큰 팻감이 아주 많으면 물러서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마지막 한수를 안7단은 간과한 것이다. 이9단은 1승을 더 거두면 우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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