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미드필더 이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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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영표(25·안양 LG)의 올해 이동 궤적을 짚어보자.

1월 중순부터 40일간 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대표팀 동료들이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시아클럽선수권 동부지역 4강전에 출전해 소속팀 안양을 최종 4강에 올려놓았다.

짐가방만 바꿔든 그는 3월 초 유럽 전지훈련 길에 나서 20여일간 훈련과 세차례의 평가전을 마쳤다. 동료들이 귀국할 때 그는 다시 테헤란으로 날아갔다. 아시아클럽선수권 최종 4강전에 참가, 폭우 속에서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렀다. 귀국 후에는 대구~파주~서귀포로 이어지는 대표팀 합숙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강행군을 잔부상 없이 견뎌내는 저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주위에서는 하나같이 그의 '성실성'을 높이 산다.

부상·슬럼프도 자기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이고, 개화 전에 시들고 만 어린 스타들도 성실성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스타로 뜨면 유혹이 많다. 여자들이 따르고 술·담배에 젖어들기 쉽다. 그런데 영표는 이런 데 도통 무관심하다. 그저 동료들과 노닥거리는 것만 좋아한다."(대표팀 김대업 주무) 성실성만 갖고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영표가 가진 또 다른 '특별한 것'은 무엇일까.

1백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 최근 체력측정에서 송종국·이천수 등과 공동 1위를 차지할 정도의 무쇠 체력, 그리고 좌·우로 움직이는 특유의 페인트 모션으로 상대 수비진을 휘젓고 다니는 발 재간 등이다.

그러나 '베스트 11' 경쟁에선 이을용(부천 SK)에게 좀 밀리는 분위기다. 이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를 선호하는 히딩크 감독의 스타일에 기인한다. 드리블로 상대진영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경기 스타일은 상대의 중간 차단에 이어지는 역습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또 프리킥 전문키커로 낙점받은 이을용에 비해 센터링과 킥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히딩크 감독은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 '간단한 플레이'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의 다짐은 베스트 11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을 준다.

부산=장혜수 기자

이영표는…

생년월일:1977년 4월 23일

신체조건:1m76㎝·66㎏

출신교:안양초-안양중-안양공고-건국대

A매치경력:48경기 출전,3득점

가족관계:부 이규환 모 박정순씨의 3남1녀 중 3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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