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자치정부 전면개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야세르 아라파트(사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5일 입법·사법·행정 등 삼권 분립을 포함한 자치정부에 대한 전면 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또 1996년 이후 치러지지 않았던 자치의회 의원 선거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아라파트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됐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에 민주화 바람이 강하게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자치 의회 특별회의에 참석해 "그 동안의 과오를 인정한다"며 "잘못을 바로잡고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삼권 분립을 추진하는 등 자치정부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의회가 법률을 통과시켜도 아라파트 수반이 재가를 미루는 바람에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의회 의원들이 반발해 왔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지난 18개월간 사무실 서랍 속에 묵혀 뒀던 사법부 독립을 위한 법안에 서명했다.

AP통신은 "이같은 개혁 주장은 1인 독재 체제에 대한 자치정부 안팎의 반발을 감안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라파트 수반이 이스라엘 측 요구에 굴복해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군에 포위됐다 풀려난 팔레스타인 전사들을 추방키로 결정하자 자치정부 내부에서 거센 반발을 샀었다.

그는 또 이날 "권력의 분립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일부 자치 의회 의원은 "선거를 통해 아라파트 지도 체제에 대한 도전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메드 쿠레이 의회 의장은 "연말까지는 의원 선거가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리엘 사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개혁이 이뤄지고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공격이 중단돼야 평화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라난 기신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아라파트가 아무리 개혁을 말해도 아라파트일 뿐"이라며 개혁의 핵심은 아라파트의 퇴진임을 명확히 했다.

강홍준 기자·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