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기> 114가 보여준 死活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제7보 (108~127)=동상이몽이다. 백은 흑을 잡아 횡재했다는 기분이고 흑은 이 정도로 위기를 넘긴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바둑에선 흔한 일이다.

108부터 112까지 정확한 수순.114를 적시에 선수한 것도 李4단의 수읽기가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제라도 A를 선수할 수 있었는데 거꾸로 당했다. 아찔했다."(徐9단) 흑이 A를 선수한 것과 백이 114로 젖힌 것은 차이가 크다. 백 두점이 살아간 이후의 사활이 전혀 달라진다.

'참고도1'은 백1의 치중으로 패가 된다. 즉 백이 두점을 살리는 게 선수라는 의미다.

흑A를 선수한 그림이 '참고도2'인데 이것은 백1의 공격에 흑2로 두는 수가 있어 멋지게 살아 있다. 즉 백이 두점을 살리는 게 후수가 된다. 116으로 잡아 이곳의 상황이 종결되었다. 李4단은 이 지극히 당연한 116을 두면서 이판 최대의 33분을 소모했다. 송곳처럼 뾰족이 머리를 내민 117이 공격의 급소. 徐9단은 좌변에서 흘린 피를 일거에 돌려받으려 한다. 백이 B로 둔다면 C로 공격한다. 흑의 최종 목표는 백 한점. 그걸 잃으면 백은 질 것이다. 李4단이 다시 기로에 섰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