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측면 공격수 최태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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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월드컵에서는 통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체격에 짧게 깎은 곱슬머리. 서글서글한 눈매에 앳된 목소리. 이천수·박지성과 함께 1981년생 대표팀 막내인 최태욱(21·안양 LG)에게서 빠른 발을 무기로 상대편 장신 수비수들을 쉽게 따돌리는 위협적인 측면 공격수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모범생 고등학생에 더 가깝게 보인다.

그러나 최태욱은 '월드컵을 계기로 해외 무대에 진출하고 싶은' 야심찬 축구 신세대다. 어린 나이에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라며 '무슨 소리냐'는 투다. 13일 자유 인터뷰 시간에 만난 최태욱은 차분했지만 시종 당당했고 또박또박 할 말을 했다.

-어떤 포지션을 가장 좋아하고 누구와 가장 호흡이 잘 맞나.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날개면 좋다. 포워드 형들 중에 특별히 호흡이 잘 맞는 형은 없다. 상대편의 압박이 심하지 않아 움직일 공간이 있을 때 일대일 상황을 만나면 무조건 돌파한다. 지난달 코스타리카전이 그런 면에서 편했다."

-히딩크 감독이 특별히 주문하는 사항은 있나.

"한국팀의 선수 구성, 포지션 배치 등에 따라 그때그때 경기 요령을 설명해 준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내가 사이드에 서고 (이)을용형이 미드필드를 봤었다. 경기 전 히딩크 감독이 수비요령 등을 설명해 줬다."

-훈련 중 선·후배 간에 반말을 한다. 부담은 없나.

"예전에는 막내들이 공도 챙겨야 하고 훈련 후 뒷정리도 해야 했다. 그런 것 신경쓰다 보니 자연히 휴식시간도 줄었다. 딱딱한 위계질서가 없어져 좋은 것 같다."

-부평고 동기 이천수와 라이벌 의식 같은 건 없나.

"초등학교 때는 내가 워낙 빨라서 더 주목을 받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더니 상황이 역전됐더라. 누구라도 화나지 않겠는가. 뒤지지 않으려고 개인훈련에 열중했다.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자신감도 붙고 경기도 더 만족스러웠다. 특별히 라이벌 의식은 없다."

-골 세리머니가 항상 기도하는 자세 한가진데.

"윗옷 뒤집어 쓰는 건 고등학교 때 다 해봤다.'골을 넣었을 때 기도하는 자세를 취해야겠다'는 마음을 미리 먹었던 것은 아니고 골을 넣고 나서 자연스럽게 되더라.'아름답다'며 주변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는 기도 자세를 좀 바꿔 보겠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운동이 잘 되면 스트레스를 안받는다. 최선을 다했는데 코칭 스태프 등이 인정을 해주지 않거나 생각대로 경기가 안 풀리면 스트레스 받는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실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참아낸다."

서귀포=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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