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의 작가 獨 귄터 그라스 첫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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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독일의 귄터 그라스(75)가 오는 26일 처음으로 방한한다. 그는 1959년 소설 『양철북』 을 발표한 이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양철북』 으로 99년에 받았다.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와 주한 독일문화원 공동주최로 열릴 방한 행사의 주제는 분단과 통일이다. 그는 노령인데다 웬만해선 해외에 잘 나다니지 않는 성격 때문에 그간 여러 국내 문화단체의 초청을 번번이 거절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우리의 분단 현실에 강한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방한을 성사시킨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한국은 지금 통일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일평생 견지해온 인간적 통일 방안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방한을 약속하며 귄터 그라스는 "통일 문제에 관해 남북 양자와 함께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한 어디에서든지 양측을 대표하는 문화인과 3자 대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金교수와 독일문화원측은 지난해 9월부터 북한과 교섭을 시작, 한국측 작가로 황석영씨를 선정해 방북을 논의해왔으나 북한측이 2주일여 전 "여건상 9월께에나 가능하다"고 최종적으로 회신해 방북은 무산됐다.

1주일 동안 머물 그라스는 중앙대에서 29~30일 '통일과 문화'를 주제로 강연과 토론회를 열며 서울대 백낙청 교수, 작가 황석영씨 등과 대담할 예정이다.

마침 그의 방한이 월드컵 기간과 겹쳐 개막식 때 축시를 낭송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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