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듯… 그 옛날 島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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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는 이유의 하나는 우리가 일본을 잘 모른다는 점일 것이다. 일본의 국보급 문화재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한번도 전시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우리의 무관심을 말해준다. 그래서 14일 국립중앙박물관(www.museum.go.kr)에서 문을 여는 '일본미술명품'전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전시로 주목된다. 7월 14일까지. 02-398-5077.

첫 한국 나들이에 나선 일본 문화재는 그 질과 양 모두에서 획기적이다.

국보 24점과 중요문화재(보물) 1백4점을 포함한 2백98점이 모두 최상급이다. 일본의 선사시대 신석기 유적에서부터 19세기 도쿠가와(德川)막부에 이르기까지 약 4천5백년 역사를 아우르는 유물들이 거의 포함돼 있다.

경복궁 내 중앙박물관 지하 1층 전시실을 들어서면 먼저 '가사무늬 청동방울(銅鐸)'과 '무장한 병사모양 하니와(植輪)'가 보인다. 일본 역사교과서 첫 페이지를 늘 장식해온 고대사의 대표 유물이다. 2천년 전 만들어진 청동방울엔 청동기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작고 섬세한 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다. 무덤 주위를 장식하던 흙인형인 하니와는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유물. 그 중에서도 이번에 선보이는 병사모양 하니와가 특히 유명하다.

친숙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와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불교 관련 문화재들이다. 고려시대에 해당되는 10세기부터 13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나무조각이 한 군데도 상하지 않고 보존된 것부터가 이채롭다.

이번에 선보이는 불상은 우리나라 문화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십이지신상이나 명왕상(明王像)등의 모습은 우리나라 작품들보다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그로테스크하다.

중세 일본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그림과 공예품들은 서구인들을 매혹시킨 일본의 상징들이다. 16세기 단풍놀이를 그린 '고웅관풍도(高雄觀楓圖)'는 화려한 풍경에 다양한 인물상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국보. 중세 귀족들의 필독서인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 들어간 삽화는 일본 인물화의 전형이다.

금칠을 하고 옻으로 그림을 새긴 작은 상자들도 모두 수백년 전 일본 귀족이 애지중지하던 귀중품이다. 화려함과 섬세함이 놀랍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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