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고검장 처리 지연> - 증거 부족인가, 예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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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11월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대검 중수부의 수사정보를 알려준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웅 광주고검장(당시 서울지검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검찰이 고심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달 24일 金고검장에 대한 조사까지 마쳤지만 2주일이 지나도록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검찰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두가지 분석을 한다.

우선 검찰이 金고검장에 대해 공무상 기밀누설죄를 적용, 기소하기에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현재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유력한 증거는 金고검장으로부터 수사진행 상황을 전해들었다는 李씨의 진술이다. 그러나 金고검장과 李씨와의 통화 내용이 녹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수사 내용을 알려줬다고 보기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공무상 기밀누설죄가 성립되려면 누구로부터 기밀을 전달받았는지부터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할 증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실제 金고검장도 "언론 등에서 이수동씨의 문제가 보도돼 전화로 일상적인 말을 주고받은 것을 놓고 수사기밀 누출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때 자진사퇴 방안을 검토했던 金고검장이 사퇴불가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도 공무상 기밀누설죄를 적용하는 데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는 수사팀이 金고검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확보했지만 현직 고검장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자진 사퇴할 시간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법원이 공무상 기밀누설죄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사법처리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金고검장이 지난해 11월 7일부터 李씨가 미국으로 떠난 9일까지 여러차례 통화했고, 이용호씨의 돈 5천만원을 李씨에게 전달한 도승희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그가 귀국한 뒤 알려준 사실 등 정황 증거도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검찰이 현직 고검장을 기소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金고검장 스스로 옷을 벗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金고검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검찰 수뇌부와 金고검장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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