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會昌후보가 해야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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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제16대 대통령 선거의 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서울대회가 남아 있지만 이미 필요한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경선 후보들도 결과 승복과 협력을 선언했다.

국회 제1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섬은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후보에겐 1997년에 이어 두번째로 주어지는 기회다. 첫번째 실패를 딛고 새로운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후보가 새겨야 할 몇가지 사항이 있다. 후보가 강조해온 합리적 개혁, 부패 청산, 안정적 국정운용 등은 권력형 비리가 대통령 주변까지 뻗치고 불안심리가 극대화한 현실을 감안할 때 나름의 현책일지 모른다. 하지만 말뿐인 개혁이 아닌 구체적·실천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의 화두에도 부응할 수 있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으며, DJ 실정의 반사이익에나 의존해 왔다는 비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차별 세(勢)확산도 경계할 대목이다. 몇달 전만 해도 대선 승리를 의심치 않다가 열세의 나락을 헤맨 후보로선 특히 지역정서를 부채질하거나 부패집단과 연대하는 일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또 민주세력과 산업화세력을 함께 끌어 안는 포용력 있는 정치인의 금도를 보여야 한다. DJ 집권 중 더욱 첨예화한 지역·계층 간 갈등을 순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를 향한 실천적 노력이 요구된다.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는 후보에 대한 일반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후보의 위치는 더욱 미묘해졌다. 제1당이라는 국정의 핵심축으로서 선거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민생을 챙기고 국정 순항까지 책임지며 득표활동을 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져야 한다. '대통령 하야'같은 무차별 정치공세가 아니라 현실성 있는 정책대안 제시와 자신의 스타일로 새로운 지도자상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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