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5월물 옵션 만기 5천억 매물 소화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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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기관들의 프로그램 매매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9일로 예정된 5월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많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란 주가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여러 종목의 주식을 사고 파는 것으로,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이용한다.

거래소 시장에선 지난 2일 1천7백50억원, 3일에는 1천1백24억원의 프로그램 순매도가 발생했다.특히 3일 장중 한때 프로그램 순매도가 2천억원 선을 넘어서면서 종합주가지수가 20포인트 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한동안 선물지수가 현물(주식)지수를 웃돌면서 대량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일어나 주가지수를 900선 위로 끌어올렸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향후 장세에 대한 불안감으로 선물지수가 약세를 보이면서 백워데이션(현물지수가 선물지수를 웃도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선물지수와 현물지수의 차이(시장 베이시스)가 보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프 참조>

이 경우 값이 싸진 선물을 사고 고평가된 현물(주식)을 처분하는 프로그램 매도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현·선물간 가격차이를 이용해 사들인 주식 잔고(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는 4일 현재 1조원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9일 옵션만기일과 연계된 잔고는 3천억원으로 신고됐다.

통상 옵션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 물량은 만기일을 전후해 대부분 처분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옵션 연계 물량과 선물 연계 물량을 합쳐 4천5백억~5천억원 가량의 매물이 9일을 전후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4월 옵션 만기일과 직후에 모두 4천4백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나왔지만 대세 상승에 대한 믿음이 강한 상황이어서 대부분 무난히 소화됐고 주가는 오히려 옵션 만기일 이후 올랐다.

그러나 요즘은 증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마당이어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물량을 소화하기에는 힘이 부칠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증권 전균 애널리스트는 "옵션 연계 차익거래 잔고가 지난달보다 늘어난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시장 베이시스 마저 나빠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옵션 연계 매물은 물론 선물 연계 물량까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이후 연일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소화되고 있는 점은 다소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옵션 만기일에 앞서 매물이 소화되고 있는 만큼 막상 만기일에는 부담이 덜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LG투자증권 황재훈 애널리스트는 "강세 장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지난달 만기일과는 달리 이번 달에는 프로그램 매물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조정받은 만큼 이번 주 초반 프로그램 매도로 지수가 크게 떨어지면 저가 매수를 고려해봄직 하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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