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긴장해 순간적으로 집중력 떨어져 실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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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열심히 잘 뛰었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응원해 준 축구팬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기는 경기였을 것이다.

선수들이 긴장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면서 실점까지 이어졌다. 미드필드가 좋지 않았다. 우루과이는 공격과 수비 시 미드필드 라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우리를 압박했다. 포를란과 수아레스에게 공을 배급한 뒤 배후 지원을 잘했다. 하나 둘 공격 선수들이 늘어나다 보니 한국 수비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상황이 잦아지면 체력 소모가 많아진다. 체크해야 할 선수들이 많아지니 조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중앙에 포진한 기성용과 김정우가 공을 주고 움직여야 했는데 패스를 하고 서 있는 장면이 종종 눈에 띄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공수 안배를 해야 했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 유기적인 움직임이 부족하니 서로 엉키는 모습도 있었다.

수비 시에도 뒤로 물러나면서 하는 건 좋지 않다. 공을 받을 때 적극적으로 붙어줘야 상대가 공을 받을 때와 내줄 때 부담을 갖게 된다. 다음 플레이를 쉽게 하지 못한다. 미리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패스할 공간이 좁아지고 상대가 어려움을 갖게 된다.
전방 패스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했다. 공격 시 포스트플레이를 하는 원톱 공격수에게 패스를 조금 짧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긴 패스가 이어지니 수비수와 경합하게 된다. 그런 패스는 수비가 편하게 공중 볼 경합을 하게 해준다. 조용형과 이정수가 공을 오래 끄는 경향이 있었다. 수비수가 위험지역에서 공격수처럼 공을 다루면 안 된다. 안정된 플레이가 아쉽다.

이제는 아쉬움을 털고 다음 월드컵을 준비해야 할 때다. 우리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을 이뤘지만 다음 월드컵에서도 이런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하루 아침에 축구 강국이 될 수 없다. 유소년부터 차근차근 선수자원을 성장시켜야 한다.

축구 강국인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보면 다양한 선수 조합을 갖추고 있다. 체격 좋고 힘 있는 선수뿐 아니라 스피드가 있는 선수,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 등이 활약한다.

우리도 다양성을 가지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육성해야 한다. 축구 지능을 키워줘야 한다. 학교축구는 아직 성적 때문인지 체격이 크고 힘 있는 선수들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훈련도 많이 한다. 하지만 축구 지능을 키워주면 커 가면서 힘이 붙고 체격이 커지면서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성인이 될수록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힘만 가지고는 안 된다. 해외파 선수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박지성·이청용·박주영이 힘과 체격으로 축구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 더 이상 투지를 강조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축구 지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항상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고, 평소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자신과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보는 게 좋다.

김호 본지 해설위원 1994년 미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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