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통 정체 뚫어야 경쟁력 살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72호 10면

한국도로공사 류철호(62·사진) 사장은 왼쪽 가슴에 ‘hi-pass’라고 새겨진 배지를 달고 다닌다. 25일 오후 5시 경기도 성남시 한국도로공사 사장실에서 만난 류 사장은 인터뷰 도중에도 틈만 나면 하이패스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8년간 대우건설에 근무하며 해외사업 담당 부사장까지 지냈다.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된 건 2008년 6월이다. 류 사장은 현장을 중시한다. “건설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류 사장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도로공사 류철호 사장이 말하는 ‘도로의 힘’

-공기업인 도로공사를 2년 경영해본 소감이 어떤가. 밖에서 보던 것과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여기 와보니 공기업이라 그런지 공적인 부분만 생각하더라. 그래서 기업경영과 서비스 마인드를 심으려 했다. 특히 공기업 특유의 추상적인 업무 형태를 고치기 위해 ‘숫자경영’ 방침을 세워 경영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게 했다. 우리가 빚이 22조에 연매출이 3조인 회사다. 민간이었으면 벌써 문 닫았을 것이다. 빚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부담하는 것 아닌가.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정원을 감축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도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가.
“2006년 이후 고속도로 통행료는 계속 동결돼 왔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너무 싸니까 교통 과소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우리 사무실(판교)에서 서울 갈 때만 봐도 버스비가 1700원인데 자동차 통행료는 900원이다. 통행료를 올려서 대중교통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통행료를 올리자고 하면 ‘서민, 서민’이라고 하면서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통행료를 올리지 않아 도로공사의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우리 세금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냉정하게 판단했으면 한다.”

-해외 진출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과가 있나.
“15년을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해외진출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베트남 고속도로 설계 사업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공사를 담당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도로 설계·유지 관리·감독 등을 맡는다. 앞선 지식과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다. 아직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여러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건설기술, 하이패스를 비롯한 첨단 도로 운영 시스템 등을 전수받고 싶어해 미래가 밝다.”

-경부고속도로가 만들어진 지 40주년이다.
“지금의 모든 성과는 경부고속도로에서부터 시작됐다. 경부고속도로는 우리나라를 농경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발전시켰다. 고속도로 하나가 나라의 틀을 완전히 바꿨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5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4시간으로 줄어들면서 ‘물류’라는 개념도 생겼다. 한국경제에 있어 가장 획기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경부고속도로를 꼽고 싶다.”

-수도권의 교통 정체가 심각하다. 도로도 포화 상태가 아닌가.
“사람들한테 ‘차가 왜 이렇게 밀릴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차가 많으니까 막히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보기에 그건 틀린 얘기다. 차가 밀리는 건 차가 다닐 도로가 충분히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통의 55~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 교통 정체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도권의 경쟁력은 사라질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도로를 더 많이 건설하는 것밖에 없다. 도로를 만들 땅이 없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도로를 더 많이 만들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도로공사의 모토가 ‘빠른 길·편한 길·안전한 길’이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말이다. 하이패스 이용률을 더 높여 ‘정체, 귀성전쟁’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빠른 길’을 만들려고 한다. 지난해 하이패스 이용률이 40%인데 55%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그래서 나는 회식을 할 때 건배 구호가 ‘하이패스’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질을 높여 ‘편한 길’을 만들 계획이다. 또 기존의 도로 시설물에 IT·통신 기술을 활용한 안전장치를 결합해 ‘안전한 길’을 만들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한테 ‘도로공사만큼만 해라’라는 말을 듣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