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댐·화천댐으로 막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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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86년 11월 이기백 당시 국방부장관은 "북한측이 금강산댐을 지은 뒤 수문을 일시에 개방해 물을 9억t만 방류해도 서울·춘천 등 13개 시·군 1천5백만명의 한강 유역 주민들이 홍수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발표했다.

15년여가 지난 2002년 5월 정부는 "금강산댐에서 최대 12억t의 물이 넘쳐와도 평화의 댐과 화천댐 두 곳만 비워두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해서 9억t으로 물에 잠겼을 수도권이 12억t에도 끄떡없다는 식으로 바뀌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상황에 따라 입맛에 맞게 논리를 바꾸는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86년 당시 정부는 금강산댐이 높이 2백m, 최대 저수능력 2백억t의 초대형 댐으로 지어질 것이라고 발표했었으나,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이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었다.

결국 이같은 주장은 93년 문민정부 수립 후 진행된 특별감사에서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5공 정권이 국면 전환용 분위기 조성을 위해 수공 위협을 부풀린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초 이미 금강산댐의 훼손 사실을 알고도 숨겨왔을 뿐 아니라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피해없을 것'이란 식이어서 오히려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대 최계운 교수는 "86년 당시의 '물바다'논리가 과대 포장됐다면 이번의 '끄떡없다'는 논리는 과소 포장된 느낌이 있다"며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시급히 북한과 공동조사에 나서는 한편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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