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대표팀'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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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운명의 한달-.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업그레이드'.

히딩크 감독의 화두(話頭)는 처음부터 업그레이드였다.

한국 국민이 온통 '16강' 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업그레이드만 생각했다. 16강(정확히 말하면 2라운드 진출)은 그 다음 문제였다.

그리고 지난 1년4개월동안 주위의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국축구를 한단계 올려놓는 것에만 매달렸다.

이제 30일을 남겨놓고 히딩크는 한국 대표선수들이 자기가 생각했던 궤도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이제야 '작품'을 만들 때가 왔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끊임없이 작품을 내놓으라고 재촉할 때는 곰처럼 꿈쩍도 하지 않던 그가 이제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 훈련의 목표는 기본체력과 전술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 결과 월드컵 본선 진출팀을 상대로 해서도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누구와 만나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서귀포와 경주에서 행할 마지막 합숙훈련은 한국이 본선에서 만날 폴란드·미국·포르투갈을 상대로 써먹을 구체적인 전술훈련이 될 것이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은 끝났는가. 히딩크 감독은 "그렇다"고 말한다.

첫 상대인 폴란드에 대해 그는 초지일관 "무서운 팀"이라고 평했다. 체격과 체력에서 월등한 폴란드 선수를 상대하기에 한국 선수들은 너무 약했다.

그러나 이제 히딩크의 입가에 미소가 언뜻 비친다. 욕을 먹어가면서도 꾸준히 실시했던 체력강화 훈련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맙게도 일본이 해결책을 제공했다. 체격의 열세는 강한 압박과 스피드로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을-.

히딩크는 한국 축구의 '황금열쇠'인가. 아니다. 그러면 '16강 진출의 보증수표'인가. 그것도 아니다. 다만 그가 화두로 삼았던 업그레이드 만큼은 이뤄졌다.

이제 30일. 전폭적인 지원과 열광적인 응원, 그리고 좋은 성적은 월드컵 성공과 직결된다.

월드컵이 끝난 후 히딩크가 남기고 간 것이 16강이라는 성적뿐 아니라 세계수준으로 올라간 한국축구가 된다면 그에게 들인 투자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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