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건강 제자리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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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얼굴)대통령이 29일 오후 '수영'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 경내 대통령 내외의 전용 수영장에서다. 나이 든 사람들이 흔히 하는대로 물의 부력을 이용해 수영장 안을 걷는 것이다. 허벅지 근육통이 회복기에 있던 지난 6일 이래 23일 만이다.

또 거의 한달 만에 외부행사에도 참석한다. 이번 주 월드컵행사에서 연설하게 돼 있다. 4월 5일 광릉수목원 식목일 행사에 참석한 이후 거의 한달 만이다. 다음달 어린이날 주간엔 金대통령 내외가 함께 서울의 아동보호시설을 찾아 위로하는 일정도 검토하고 있다.

수영을 재개하고 외부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 시점에서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80세 고령인 데다 허벅지근육통(3월 31~4월 4일)→병원 입원(4월9~14일)→'한달 가량 일정축소' 발표→미국 방문일정 취소(5월6~11일·姬鎬여사가 정부대표로 대신 참석) 등 金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국민이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이 발표를 통해 청와대가 전하려는 것은 '金대통령이 기본적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수영을 한 것은 건강회복을 위해 하체를 움직여야 한다는 의료진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중에 대통령의 건강에 관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악성 루머가 떠돌고 있어 이를 불식하기 위해 굳이 일정을 공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金대통령을 관저나 집무실에서 하루 한번 정도는 만나는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의 건강은 정상집무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로와 위장장애로 병원신세를 진 뒤엔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건강에 한층 유의하고 있고, 정부 부처 업무보고 등을 간소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일정관리 덕에 대통령의 건강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 주변에서 우려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金대통령이 아들들의 비리연루 의혹이 확산하면서 말 그대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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