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준우승 횟수만큼 우승하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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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4타 차였지만 또 2위를 할까봐 순간 순간 고심했다."

정말 오랜만에 정일미가 활짝 웃었다. 준우승만 일곱 차례,그중 세 차례는 연장전에서 패한 지난 시즌은 정말 잔인했다. 그러나 정일미는 좌절하지 않고 1995년 프로에 입문한 이후 가장 혹독한 겨울훈련을 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쇼트게임 전문코치인 필 로저스에게 가르침도 받았다. 1m64㎝로 그다지 크지 않은 체격인 정선수는 국내 무대에서 그린 주위의 플레이를 가장 잘하는 선수다. 드라이버샷 거리는 2백30m 정도에 불과하지만 아이언샷이 정확해 지난해에는 파온율 1위(60.23%)를 기록하기도 했다. 틈만 나면 책을 즐겨 읽는 이화여대 출신의 학사골퍼이며 가장 인터뷰를 잘 하는 골퍼 중의 한명이기도 하다.

-2위와 4타 차여서 쉬운 승부 같았는데.

"13번홀과 14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걱정했는데 순위판을 보니 2위인 박희정 선수와 3타 차여서 안심이 됐다."

-언제 우승을 예감했는가.

"16번홀을 파로 끝내고 난 뒤다.18번홀에서는 티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걱정되기보다는 멋있게 마무리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텐데.

"연습으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서 끝나면 정일미는 영원한 2등선수라는 꼬리표를 달 것 같았다. 작년 후반에는 5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어 '잘했구나' 생각했지만 주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남들은 잘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50야드 정도의 짧은 거리에서 약점이 많다. 샷의 거리에는 만족한다. 더 낼 수 있지만 그래봐야 소용없다. 80% 정도만 힘을 쓰고 대신 퍼팅에 집중하겠다."

-올 시즌 몇 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욕심 같아서는 지난해 준우승한 횟수만큼 하고 싶다. 막상 우승하고 나니 좀 허탈하기도 하다."

용인=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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