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부인 권양숙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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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부인 권양숙(權淑·55·사진)씨는 부친의 부역문제가 "개인의 가정사이면서도 우리나라 전체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27일 權씨는 잠실실내체육관 스탠드에서 딸 정연(靜姸·27·주한영국대사관 근무)씨와 함께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는 것을 지켜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權씨는 좀처럼 언론에 나서기를 꺼려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날 權씨는 차분하면서도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 성격은 활달하면서 자존심이 강한 편이라고 한다. 친정 부친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친정 부친의 부역 문제는 진상이 뭔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기억이 나지 않아 상세하게 얘기할 수 없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을 때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아버지 문제가 나올 때였습니다. 자라면서 하도 고생스러워 절대 전쟁이 있어선 안된다는 게 어린 마음에도 크게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갈등을 부르는 소재가 돼 공격당하니…. 사실 저는 부모님 일은 잘 모릅니다. 부모님 일을 모른다는 게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땐 나이가 어려서…."

옆에 있던 이은희(恩姬·36)여성특보는 "부친은 1948년 막걸리에 메틸알콜을 잘못 타 먹어 사모님이 두살 때 실명했다. 그 상태에서 6·25 당시 공산군의 부역을 강요받아 수복 후 구속됐으나 곧 석방됐다. 그런데 5·16 이후 사회불안요소를 격리한다는 차원에서 벌어진 '예비검속'으로 다시 투옥돼 71년 마산교도소에서 옥사했다"고 설명했다.

-학력이 중졸인지 고졸인지 불분명한데.

"고등학교는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가정환경 탓입니까.

"예."

딸 정연씨가 "고3 때 마지막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해 전체 졸업생 명단을 정리할 때 제적됐다. 수업 일수는 다 채웠다"고 대신 답변했다.

-남편이 후보가 된 소감은.

"담담합니다. 남편이 자랑스럽긴 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이랄까, 그런 게 누르고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부인의 역할은.

"남편이 '정치는 서비스다, 봉사다'고 말합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정치인의 아내는 정치인보다 한 발 앞서도 안되고, 처져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집이 부인 명의로 돼 있고, 재산 문제엔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남편이 사람들의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주 보증을 서 집은 제 명의로 했습니다. 살림은 많이 있으면 많이 쓰고, 적게 있으면 적게 쓰게 되니 중간 마음으로 하려 합니다. 궁색하지는 않습니다. 딸도 벌고…."

-가정에서 남편은 어떤 분입니까.

"아주 합리적입니다. 아이들 문제도 의견을 다 수렴해 판단합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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